[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지인들 사이에서 덕담과 함께 오가는 대화 중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바로 ‘부동산’이다. 내 집 마련의 꿈부터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시세, 자녀 증여 계획까지, 부동산은 한국인에게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자칫 잘못된 접근은 명절 분위기를 해치고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행복해야 할 추석 연휴, 부동산 대화를 현명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부동산 에티켓’에 대해 알아본다.
① 내 집 마련? 개인의 속도 존중이 우선
추석 밥상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결혼했으니 이제 집은 언제 사니?”, “아직도 전세 살아?” 등 내 집 마련에 대한 참견이다. 이는 듣는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은 더욱 먼 꿈이 되었다.
부동산 전문가 김현수 씨는 “집값이 너무 올랐는데 영끌해서라도 지금 집을 사야 하는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 같은 개인적인 고민을 마치 해결책을 제시하듯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정답은 없으며, 각자의 경제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주거 형태와 내 집 마련 시기는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조언을 하려거든 상대방이 먼저 물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강요가 아닌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② 오가는 덕담 속 ‘내 아파트 자랑’은 지양해야
부동산 시장이 한때 과열되면서 아파트 시세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내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면 기분이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명절 자리에서 과시하듯 이야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태도다. “요즘 우리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는지 아니?”, “옆 동네에 새로 생긴 아파트는 평당 얼마라는데, 대박이더라” 같은 대화는 상대방에게 위화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집값 하락 소식을 가십처럼 이야기하거나,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부동산은 단순한 재산 가치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소중한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굳이 아파트 시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면, 전반적인 시장 동향을 객관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
③ 섣부른 투자 조언은 ‘독’이 될 수 있다
명절을 맞아 만난 친척 중에는 부동산 투자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성공담을 늘어놓으며, 특정 지역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 투자하면 무조건 오르니 당장 사둬!”, “이 지역 땅은 곧 개발될 거야” 같은 섣부른 조언은 피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는 고액이 오가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며, 개인의 투자 성향과 리스크 감수 능력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친한 사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 조언을 따랐다가 손실을 볼 경우, 관계까지 틀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④ 부동산 대화, 언제 멈춰야 할까?
그렇다면 부동산 관련 대화는 언제 멈춰야 할까? 가장 좋은 시점은 상대방이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기색을 보이거나, 분위기가 가라앉는다고 판단될 때다. 얼굴 표정, 말투, 시선 등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부동산 대화가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특정인의 자랑으로 변질될 때, 혹은 정치적인 이슈나 사회 문제로 번져 논쟁으로 이어질 기미가 보인다면 재빨리 다른 주제로 전환하는 것이 현명하다. 날씨 이야기, 최근 본 영화 이야기, 취미 생활 등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명절 분위기를 훈훈하게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추석은 가족과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부동산이라는 민감한 주제 앞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더욱 풍요롭고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