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김진희 부산연구원 환경정책연구원이 지난 2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부산연구원 제공) 2025.10.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원동화 기자 = “엉성하더라도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결국 변화를 만듭니다.”
환경정책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국가대표 트레일러너로 활동 중인 김진희 부산연구원 연구원을 지난 2일 만났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산, 숲, 들판, 해안 등 자연 속의 비포장로(트레일)을 달리는 스포츠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25~28일 스페인 칸프랑크에서 열린 ‘2025 세계 산악·트레일러닝 선수권대회(WMTRC)’에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수많은 대회를 완주했지만, 이번에는 아쉽게 완주하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트레일러너로, 2023년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UTMB) CCC(Courmayer-Champex-Chamonix) 100㎞ 코스에서 한국 여성 신기록인 16시간25분20초를 수립한 바 있다. 또한 2022 트랜스 제주 100㎞ 1위, 2023 Amazean Jungle trail by UTMB 100㎞ 부문 2위, 2024 옥스팜 트레일워커 100㎞ 혼성팀 1위 등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세계 선수권 대회는 스페인 피레네산맥을 주무대로 열렸는데 제가 출전한 종목은 스페인 쪽 피레네산맥인 칸프랑에서 출발해서 프랑스 피레네 국립공원 지역을 25㎞ 가량 통과한 뒤 다시 스페인 지역으로 복귀하는 총 거리 81.2㎞, 누적 고도 5143m 코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 후 약 54㎞ 지점 5번째 체크포인트로 향하던 구간에서 무수한 돌덩이들을 피해 달리다가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해 더 이상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뉴시스] 김진희 연구원은 지난달 25일~28일까지 스페인 칸프랑크에서 열리는 '2025 세계 산악·트레일러닝 선수권대회(WMTRC)'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대회 전 훈련을 하고 있는 김 연구원. (사진=김진희 연구원 본인, 조준 작가 제공) 2025.10.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연구원이 러닝을 시작한 것은 부산연구원에 입사한 후다. 지난 2010년 사내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 1년에 10㎞ 대회를 두 번 가량 출전했다.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그는 “마라톤 대회를 나갈 때마다 같은 10㎞를 뛰었지만 힘들어하지 않는 러너들을 보고 조금 더 잘 뛰고 싶은 마음에 또 다른 러닝 동호회에 가입했다”며 “그 동호회에서 트레일러닝에 대한 영상을 보고 가슴이 뛰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트레일러닝은 스포츠 이상이었다. 그는 “트레일러닝을 단순한 스포츠 활동을 넘어 자연과 깊이 접촉하는 경험”이라며 “숲과 산, 능선과 계곡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다 보면 보존가치가 높은 경관에 감탄하게 되고, 훼손된 환경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로드 러닝 대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지적하면서 “트레일러닝은 기록뿐 아니라 자연을 지키는 태도도 중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트레이러닝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어떤 실천과 제도적 노력이 필요한지 늘 고민하고, 이런 고민이 향후 정책 연구와 사회적 캠페인으로 연결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는 2023년 UTMB CCC와 올해 초 UTMB 100마일(160㎞) 대회를 꼽았다. 그는 “UTMB는 모든 트레일러너의 꿈”이라며 “2023년 대회는 트레일러닝을 시작했을 때부터 품어 온 오랜 꿈이 현실이 된 가슴 벅찬 순간이라 기억에 남고, 올해 UTMB는 오랜 기간 준비했던 100마일 부분에 도전했는데, 예상치 못한 날씨 이슈로 저체온증이 오는 바람에 포기했는데, 아쉬움이 커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산=뉴시스] 김진희 연구원은 지난달 25일~28일까지 스페인 칸프랑크에서 열리는 '2025 세계 산악·트레일러닝 선수권대회(WMTRC)'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대회 전 훈련에서 '부산연구원'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김 연구원. (사진=김진희 연구원 본인, 조준 작가 제공) 2025.10.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김 연구원은 부산의 트레일러닝 코스로 승학산, 장산, 황령산을 추천했다. 그는 “초보자들도 도전할 수 있는 비교적 짧은 10㎞대 코스”라며 “승학산은 낙동강을 끼고 달리고, 장산과 황령산은 부산 시내를 발밑에 내려다보면서 달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인 부산연구원의 배려도 감사해했다. 김 연구원은 “트레일러닝 대회를 나가면 장비 검사 등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보통은 연가를 모두 소진하는데,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공가를 사용해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러닝 혹은 트레일러닝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김 연구원은 일단 도전하라고 했다. 그는 “10㎞도 겨우 달리던 제가 이제는 100㎞를 달리고, 100마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됐다”며 “엉성하더라도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결국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러너와 연구자로서의 꿈으로는 “단순히 달리는 것을 넘어서 의미 있는 러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러너가 되는 것”이라며 “트레일러닝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환경정책 연구자로서 지속 가능한 산악스포츠 생태 보호가 공존할 수 있는 정책과 담론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