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관련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노동계의 숙원이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그 시행을 둘러싼 쟁점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경영계는 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노동계는 현장의 실효성과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 법이 실제로 ‘노동권 강화’라는 취지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제도의 안착 여부에 달려 있다.30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처리될 예정이다.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의 핵심은 사용자 정의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조활동 손해배상 제한 등이다.특히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자까지 확대함으로써 원청-하청 간 교섭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간접고용과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배제됐던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교섭권을 부여한 것이지만, 경영계는 “과도한 해석 여지로 경영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관련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같은 비판에 대해 노동계는 이미 판례와 사례가 축적되어 있고, 해석 기준이 명확히 존재한다고 반박한다. 시민단체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법이 새롭게 노동자의 권리를 창출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시간 끌기 소송으로 무력화되던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현장 혼란의 원인은 법 그 자체보다는 사용자 측의 교섭 회피와 소송 지연 전략이라는 것이다.또 다른 핵심 쟁점은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다. 개정안은 단체교섭·쟁의행위뿐만 아니라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도 사용자 측 손배청구를 어렵게 했다. 다만 이 조항은 개인 노동자에 대한 직접 보호 장치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노동계는 개인 손배 소송이 노동자에게 심리적·경제적 압박을 가하며 교섭 과정에서 부당한 회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명확한 금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노조에 대한 손배는 버티겠지만, 개인에게 들어오는 손배소는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장기간 소송과 지연 이자 등은 개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이를 악용한 회유 사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법원이 감면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넘어, 개인 손배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진보당 전종덕 의원과 당직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회의장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윤창원 기자노동쟁의 범위 확대 역시 논란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의 사업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으로 포함될 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며, 산업 경쟁력 약화를 경고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정당한 쟁의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하청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문제도 향후 과제로 지목된다. 경영계는 “수십 개 하청업체와의 동시 교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이미 대표 노조를 중심으로 교섭해 온 사례가 있고, 교섭 거부를 위해 창구 단일화를 악용해 왔던 전례가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과거 현대차, 현대제철 등의 사례에서는 교섭 방식 자체가 경영측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과 해설 매뉴얼을 통해 법 해석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모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보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다만 노사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은 쉽지 않은 과제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통화에서 “법이 명확한 기준을 담지 못한 채 행정부 매뉴얼에만 의존하게 되면 법치주의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