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배우 조성하(최중호 역)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순이엔티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신인배우 조성하입니다.”
배우 조성하(59)는 인터뷰 자리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인사했다. 올해 예순이 됐는데, 신인에게 느껴질 법한 열정·패기가 가득 했다. 뮤지컬 ‘캐츠'(1990)로 데뷔한 지 35년 차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입버릇처럼 ‘신인배우’라고 자주 얘기한다며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질까 봐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에서 ‘선생님’이라고 불러 자신도 모르게 늘어졌다며 “나이를 먹은 게 자랑이 아닌 시대다. 청춘이 있다는 걸 항상 인지하고 싶다”고 바랐다.
“하루 하루 새롭게 살면 좋으니까. 신인배우라고 하면 스스로 우쭐대거나 거만한 게 없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신인처럼 좀 더 열정을 살려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신인이라면 못할게 없다”면서 “신(神)을 뜻하는 거 아니냐고? 이순재, 박근형, 신구 선생님 정도 해야 신계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인간계도 간신히 걸치고 있는데, 인간이 되고 싶은 배우”라며 웃었다.
신인배우로서 SBS TV 금토극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 임한 각오도 남달랐다. 이 드라마는 연쇄살인마 ‘정이신'(고현정)과 경찰인 아들 ‘차수열'(장동윤)이 사마귀 모방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조성하는 경찰청 경정 ‘최중호’로 분해 중심을 잡았다. 중호는 20년 전 이신을 검거한 베테랑 형사이자, 모방살인 사건 수사팀 책임자다. 과거 정치적인 이유로 이신과 거래하고 사건을 은폐·축소했으나, 모방범죄가 시작되자 고군분투했다.
변영주 감독과는 영화 ‘화차'(2012) 이후 13년 만의 호흡이다. 주연들이 출연료를 자진 삭감했는데, “제작 환경이 조금 열악했다”며 “감독과 극본, 배우들의 신뢰가 제일 중요한데, 이런 조건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돈을 떠나서 정말 작품만 보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극본 완성도가 높고 사마귀 캐릭터 임팩트가 강해 ‘잘 되겠다’ 싶었다. 변 감독과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렸다. ‘조성하씨가 무조건 도와줘야 돼’라고 해 100%, 아니 10000% 해야 했다. 그의 작품에 전적으로 신뢰를 갖고 있다. 13년 동안 뼈와 살이 타도록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찾아주니 감사하고 행복하다. 변 감독은 1분1초라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생각해 현장이 따뜻했다. 오랜만에 현장에 빨리 가고 싶을 정도였다. 변 감독의 힘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배우 조성하(최중호 역)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순이엔티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8. [email protected]
사마귀는 1~8회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6~7%대를 유지했다.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오르며 장르물의 힘을 보여줬다. “요즘 시청률이 잘 나오기 힘든데, 7%대로 시작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엄청난 톱스타가 아니더라도 좋은 배우들끼리 힘을 모으면 안 될 게 없다”며 “최근 제작 환경이 너무 로코 위주다. 대한민국이 로코 민족이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제작, 투자하는 분들이 다양성을 위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지막회에서 중호는 2년 후 의문의 살해를 당했다. 이신과 수열이 다시 마주, 공조 수사 시작을 암시했다. 사마귀 모방 살인 범인은 ‘서아라'(한동희)로 밝혀졌다. 아라는 수열 부인 ‘이정연'(김보라)의 절친이다. 중간에 ‘최중호가 범인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는데, “중호는 중호의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일부러 트릭이나 연막을 쓰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임무를 충실히 해내 재미있었다. 시청자들과 함께 게임하며 몸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짚었다. “촬영 전 범인 정체를 언질해주지 않았다”며 “마지막회차 극본이 나왔을 때 정확히 범인을 알게 됐다.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배우들끼리는 대부분 맞췄다”고 귀띔했다.
“중호가 범인이 아니라서 아쉽지는 않았냐고? 제대로 범인을 잡는 역을 처음 해본다. 범죄 중심에 있거나, 보이지 않는 세력 혹은 아예 최고층에 있는 역을 많이 했다. 수사반장 느낌은 처음이다. 최불암 선생님을 존경해 수사반장 역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이런 역이 더 어렵다. 알 수 없는 책임감과 혼란 속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크게 티가 나지 않으면서 잘해야 한다. 대놓고 나대면서 휘젓고 다니는 역이 편하고 눈에 더 잘 보이지만, 이런 역은 계속 중심을 잡는 재미가 있다.”
고현정과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여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더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여배우를 위해 뭐든지 하나라도 더 생각하고, 팀 분위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합을 잘 맞춰 완벽하게 촬영을 끝내야 더 나은 내일의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현정씨는 촬영장에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스태프, 배우들과 계속 아이컨택하고 마음을 열어줬다. 덕분에 촬영장이 편안해지고, 전체가 하나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선물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주더라. 사마귀 팀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따뜻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배우 조성하(최중호 역)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순이엔티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8. [email protected]
‘장동윤 연기가 어색하고, 감정 표현이 과해 몰입에 방해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조성하는 장동윤과 호흡하는 신이 많았는데, 옆에서 봤을 때는 어땠는지 궁금했다. “장동윤 얼굴이 고와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는 있다. ‘형사라면 약간 강인한 면모가 보여야 해 ‘저 사람이 형사야?’라고 할 수 있는데, 장동윤은 상남자 중에 상남자”라면서 “대학 시절 강도를 잡아서 뉴스에 나오지 않았느냐. 외유내강의 새로운 표본이 될 수 있다”며 격려했다.
“장동윤은 요즘 젊은 배우들 중 보기 드문 친구다. 몸에 스타성이 하나도 장착돼 있지 않다. 보통 배우들이 스타성 때문에 인간적 면모가 덜 보일 때가 많은데, 장동윤은 참 좋은 사람이다. 변 감독과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주위 배우, 스태프가 행복하길 바라더라. 촬영장에서 항상 즐겁게 해주고 미소를 날려줬다. 무지무지하게 노력하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더라. 자기관리를 위해 엄청 노력하고, 인간성까지 좋아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다.”
최근 조성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회사 순이엔티와 계약했다. 고현정, 장동윤 등과 사마귀 홍보 릴스도 찍었다. “배우 엔터사와 합병됐는데 대표가 ‘화차, ‘성균관 스캔들’ 등을 할 때 로드 매니저였다. 예순이 되다 보니 앞으로 남은 시간 주변 사람들과 좋은 일을 많이 만들고 싶어 의기투합했다”며 “인플루언서들에게도 많이 배우고,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좀 더 젊어지고 자극이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한예종 출신 감독 4명이 찾아왔다. ‘조성하로 옴니버스 4개를 만들어 칸 등 세계 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다’고 하더라. 작품이 신선하고 임팩트 있더라. 기성 작품과 다른 새로움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지 않느냐. 예전에 방송사 3사가 주도했는데, 이제 OTT가 주류를 이루고 SNS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다. ‘앞으로 정통파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정통은 정통대로 유지되면 좋겠지만, 상업적 논리로 다 돌아가니까. 자본이 인정하지 않는 순간 콘텐츠는 사라진다. 어떻게 명맥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일지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배우 조성하(최중호 역)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순이엔티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8.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