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28일 서울의 지하철역 내 무인민원발급 서비스가 중단되어 한 시민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5.09.28. [email protected][서울=뉴시스] 강지은 권신혁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지만, 대국민 서비스 등 업무 시스템 복구는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당장 공공기관 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복구가 지연될 경우 국민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리튬 배터리 화재가 22시간 만인 전날 완전히 진화된 이후 본격적인 서비스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재로 전소된 배터리 384개는 모두 화재 현장에서 반출을 완료했으며, 전산실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항온항습기는 이날 오전 5시30분께 복구를 완료해 현재 정상 가동 중이다.
또 네트워크 장비 재가동을 진행해 이날 오전 7시 기준 50% 이상, 핵심 보안 장비는 총 767대 중 763대(99%) 이상 재가동을 완료했다.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오늘 중으로 (가동이 중단된 전산 시스템) 647개 중 551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서비스 정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전산 시스템은 총 647개다.
이 중 화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시스템은 96개이며, 나머지 551개를 중심으로 우선 복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647개 중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인터넷망은 436개, 공무원의 업무용 행정 내부망은 211개다.
그러나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아직 시스템 복구 작업은 더딘 모습이다. 국민신문고, 정부24, 복지로 등을 비롯해 정부 부처 홈페이지도 여전히 접속이 안되는 등 먹통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거나 공유된 바는 없다”며 “최대한 빨리 복구 진행 상황을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우체국, 정부24 등 주요 업무시스템이 중단된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우체국에 우체국금융 장애 발생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2025.09.27. [email protected]
이번 전산망 마비 사태는 공공기관 업무가 종료된 지난 금요일 저녁에 발생해 일단 큰 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 주말인 전날과 이날도 대면 민원 처리는 없는 만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혼선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민원 업무의 온라인 이용이 활발해진 만큼 이미 곳곳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취업 준비생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원하려는 회사에 이번 주까지 등본 등 입사 서류를 제출해야 해서 정부24에 들어갔는데, ‘서비스 일시 중단’이라고 뜬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40대 남성 B씨는 “9월 재산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휴대폰으로 ‘위택스’ 접속이 안 된다”며 “납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했다.
문제는 당장 월요일을 맞아 대면 업무까지 겹치면서 국민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우체국 택배 서비스 이용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현재 인터넷 우체국 등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택배, 예금, 보험, 금융 서비스 제공이 중단된 상태다.
지방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C씨는 “서울에 사는 가족에게 추석 선물을 받기로 했다”며 “안 그래도 택배 물량이 많아 늦을 것 같은데 (화재 때문에) 추석은 지나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D씨는 “주거래 카드로 우체국 카드를 쓰고 있다”며 “주말에도 편의점에서 결제가 안 돼서 애를 먹었는데, 내일 출근할 때에는 다른 카드를 챙겨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아직 정부는 가동이 중단된 647개 시스템의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스템 목록은 전산망 장애 초기 단계부터 담당 부서에 요구하고 있지만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중 화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96개 시스템은 복구에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이 역시 어떤 시스템이 96개에 해당하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모바일 신분증은 이날 오전부터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조폐공사는 이날 재해 복구(DR) 체계 전환을 통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중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홈택스, 교통민원24,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등 일부 행정 서비스의 경우 대체 사이트를 통한 이용도 안내하고 있다. 네이버 모바일 화면 중간에 게재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공지’를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