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임채섭씨가 음악 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임채섭씨 제공) 2025.09.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저희 공연을 보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자부심을 느끼죠. 틀을 벗어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장애에 갇혀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어요.”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임채섭씨는 밴드 ‘티스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다.
중학교 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그는 오랜 시간 집에서 머물렀다. 그런 그를 사회로 다시 불러낸 계기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임씨는 “나는 원래 집에만 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올스톱’ 상태가 되고 다들 밖으로 안 나가다 보니 나랑 똑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던 음악을 통해 만난 지인들과 밴드 티스푼을 결성했다. 또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장애인식 개선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음악을 접목했다. 장애인식 관련 교육을 지루하지 않게 음악으로 풀어내면서 큰 호응을 받아 학교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많은 초청을 받았다.
임씨는 “공연에서 잘 들었다고 간식을 주시거나 사인을 요청하거나 편지를 써주시는 등 피드백을 주는 경우들이 꽤 있다”며 “연예인도 아닌데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 자부심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단 이동을 하는 과정은 어려움을 겪는다. 약 3년 전부터 안내견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차별적인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는 “버스에서 안내견 탑승을 거부할 때도 있고 꽉 막힌 지하철을 탈 땐 안내견 안전 문제도 있다”고 했다.
특히 안내견과 관련해 “만지지 않기, 이름 부르지 않기, 먹이 주지 않기, 사진 찍지 않기 등 네 가지 에티켓을 꼭 지켜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음악 활동을 토대로 기부와 봉사를 고민하고 있다. 10월 18일 오후 1시 화성시어린이문화센터 아이누리극장에서도 공연이 예정돼있다.
그는 “장애예술인이 속한 밴드를 넘어 비장애인을 포함해 우리 자체 공연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음악적으로 도움을 주는 멘토 역할이나 기부, 봉사를 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티스푼의 대표곡 ‘어렵지 않아’의 가사 한 부분이다.
“불쌍하게 보지 말고 그냥 봐줘. 있는 그대로 그냥 날 알아봐줘. 어렵지 않아, 내 손 잡아봐. 서로 기대면 더 멀리 갈 수 있잖아.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충분해 어렵지 않아.”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