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 구무서 기자 = 24일 경기도 수원 소재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에서 만난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 2025.07.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장애인의 외출이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화가 돼야 해요. 더 많은 장애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 소재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에서 만난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장애학이 생소하던 시절 외국에서 장애학을 공부한 선구적인 학자다.
그런 전 교수도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이 없는 선천성 지체 장애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는 다르고, 긍정적보다는 뭔가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장애라는 나의 정체성을 타인에게 공표할 수 있고 평정심을 갖게 된 건 20대 중후반이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소위 국내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까지 마쳤지만 장애와 관련된 수업을 듣지는 않았다.
전 교수는 “의도적으로 피하게 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 관련 학문은 환자나 병리적으로 보거나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이 강했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 내가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런 전 교수가 장애학을 만나게 된 건 영국 유학 시절이었다. 런던 학교 서점에서 우연히 장애학이라는 책을 접한 것이다. 그는 “런던에 가보니 장애도 개별적인 특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활동을 하는 여성 장애인이 왜 없는 걸까 생각을 하던 중 장애학 책을 봤는데 그 책은 장애인은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나에게는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전 교수는 장애학 책의 출판부를 통해 일리노이주립대에 장애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진로를 변경해 장애학에 도전했다. 2004년 입학한 전 교수는 새로운 학문의 진입 장벽, 결혼과 출산 등을 거치면서도 2014년에 기어코 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2015년부터 인천대에서 장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전 교수는 “장애학적 관점을 가르쳐주면 학생들이 굉장히 재밌어 한다. 요새 다른 과에는 대학원생이 많이 없다고 하는데, 이 분야에서는 꾸준히 지도학생이 있다. 장애학적 관점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 같다”고 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친구들이 외팔이라고 놀리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저를 무조건 특수학교 보내라고 했는데 지금은 장애를 개성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이 대한민국을 누리며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격차가 크다”며 “서점이나 카페에 가는 게 일상이 돼야 하는데 여전히 집 밖에 나오는 게 하나의 이벤트로서 접근되고 있다”고 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호주는 국가장애보험제도를 운영하며 장애 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본 도시 니미노미야는 최중증 장애인도 시설로 보내지 않는다는 걸 모토로 삼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최중증 장애인도 하루 30분씩 카페에서 일을 하며 주민들과 교류를 한다.
전 교수는 “일본을 보니 돈이 장애인을 따라다니는 구조다. 장애인이 가고 이용하는 곳에 따라 예산이 움직인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이 오는 게 이익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민간사업장에서 장애인이 커피를 마시면 비장애인 만큼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장애인용 키오스크도 도입하고 문화도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장애를 단순히 복지 대상으로 보거나 복지부 내 사업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며 “모든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 장애 관점이 고려돼야 한다. 성별영향평가를 하듯 장애영향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