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전월세 계약 기간 도중에 집주인이 집을 팔아 주인이 바뀌게 될 땐 즉시 세입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세입자가 원하면 임대차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진보야당과 여당이 함께 추진해 주목된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발의돼 2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이번 개정안엔 더불어민주당에서 남인순·소병훈·송옥주·이수진·임미애·임호선 6명 의원과 조국혁신당 백선희, 기본소득당 용혜인, 무소속 최혁진,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 13명이 이름을 올렸다.이번 개정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대인의 통지의무’와 ‘임차인의 해지권’을 담은 조항을 신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기간 중 임차주택의 소유권 및 임대할 권리를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그 사실을 임차인에게 서면으로 지체 없이 통지하도록 했다.임차인은 임대인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만약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통지하지 않은 채 주택을 매매했을 땐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 해지권을 갖는다.전 의원은 “최근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무자력자에게 양도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수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임차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제안 취지를 밝혔다.현행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주택의 정보 및 보증금, 차임 등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계약 기간 도중 주택을 양도하면 양수인이 그대로 임대인 지위를 승계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이전된다.문제는 이를 악용해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바지 집주인’에게 주택명의를 떠넘기는 수법의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속칭 ‘빌라왕’은 이런 식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주택 명의를 이전받은 뒤, 세입자가 퇴거할 때 전세시세가 하락하거나 후속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않고 도망치는 전형적 전세사기 수법을 써왔다.임차인으로선 ‘나도 모르게 갑자기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씨 일당 엄벌 촉구 및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남씨 일당 감형 판결 파기환송 및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통지의무’ 신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다만 ‘임차인의 해지권’과 관련해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적용에 신중하게 한다고 조언했다.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입자한테 통보하는 건 찬성한다”면서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한테 돈을 빌려주는 구조인데, 집주인이 바뀌는 건 채무자가 바뀌는 거라 채권자 입장에서 ‘내가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야 될 사람’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김 소장은 “임대차 계약을 ‘한 달 안에’ 해지하면 새 주인 입장에서는 한 달 안에 세입자를 찾아야 되는데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라며 “적어도 6개월, 최소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둬야 현실성이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사례 중에서도과거부터 있었던 가장 전형적인 수법을 잡기 위한 거라 취지는 좋다”면서도 “단순히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바뀌는 걸 통보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세입자 입장에서 새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신용도를 조사한다든가 하는 절차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이 연구위원은 또 “세입자가 퇴거 의사를 밝히면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는 새 세입자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다주택자 규제책’이 될 수 있다”며 “소위 ‘똘똘한 한 채(상급지 집값 폭등)’, 민간임대시장 공급감소 등의 일반적인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이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실제 시장에서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서울 아파트를 제외한 지방주택이나 서울 비(非)아파트는 매매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면서 “깡통전세 잡으려다가 가뜩이나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이 더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특히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경우 건물을 건축한 뒤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여러 세입자를 끼고 건물을 통째로 매매하는 경우도 많은데, 매매 절차가 복잡해지면 건축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은 그러면서 “임차인 보호 효과가 확실한 ‘통보 의무’ 정도만 일단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