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지붕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온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여온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씨가 29일 오후 3시쯤 600일 만에 땅을 밟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옵티칼지회 수석부지회장이기도 한 박씨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9m 높이의 구미 한국옵티칼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왔다. 600일에 걸친 박씨의 투쟁은 고공농성 사상 세계 최장 기록이다.이번 농성 해제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노사 대화와 외국인투자기업 규제 입법을 약속하면서 이뤄졌다.29일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지붕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온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오기에 앞서 열린 현장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배진교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 비서관, 민주당 지도부, 정의당 권영국 대표, 시민사회 활동가 등이 참석해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박 씨는 “이렇게 오랜 시간 고공에 있을 줄 몰랐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다시는 노동자가 고공에 오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에게 이 사안을 조속히 해결하라고 지시했다”며 “해고노동자와 사측 간 교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지붕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온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한국옵티칼은 일본 니토덴코의 자회사로 지난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공장 청산을 결정하고 직원 210여 명을 희망퇴직 또는 정리해고했다. 해고 노동자 17명 중 7명은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왔다.하지만 닛토덴코는 해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데 더해 올해 5월 박 씨 등 노동자에게 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기간, 구미공장의 생산 물량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한국니토옵티칼은 신규 인력 156명을 채용했지만 해고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조 5천억 원, 영업이익 754억 원을 기록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고용승계는 거부한 것이다.금속노조는 이번 사태를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 사례로 보고, 일본 닛토덴코를 상대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한·일 NCP에 진정을 제출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전날 박씨를 찾아 당내 TF를 구성해 한국옵티칼 부당해고-고용승계 및 외국인투자기업 ‘먹튀’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현재 양국 NCP 모두 사건에 대한 조정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올해 6월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전하기도 했다.이날 금속노조는 “교섭을 종잇장 취급한 자본에 맞서, 이제 땅에서 더 큰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기업 규제 입법과 고용승계 쟁취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