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스포츠부 김진엽 기자[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프로축구 K리그에서 오심 논란이 반복되면서 리그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인간의 실수라 하더라도 짧은 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잡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드래곤즈와 천안시티의 K리그2 24라운드 경기(4-3 천안 승)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전반 20분 전남 민준영의 득점이 나왔으나, 5분 넘게 진행된 VAR(비디오판독시스템) 끝에 정강민의 오프사이드 반칙이 지적되며 득점이 취소됐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14일 패널 회의를 통해 해당 판정이 ‘오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주·부심은 온사이드로 판단했지만, VAR 판독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 오프사이드로 잘못 판독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판독에 5분이나 걸렸다고 덧붙였다.
온·오프사이드 규정을 아는 일반인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심판진이 기계 탓을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따랐다.
그리고 채 1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한 라운드에서 무려 4건이나 심판 판정이 번복되는 일이 발생했다.
FC안양 권경원과 포항스틸러스 이호재는 지난 15일 열린 K리그1 26라운드 경기에서 팔꿈치 사용으로 각각 퇴장과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판정을 뒤집었다. 권경원의 퇴장은 감면됐고, 이호재의 경고는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로 강화됐다.
또한 제주 김준하는 강원FC전에서 두 번째 경고로 퇴장당했지만, 사후 감면돼 다음 라운드 출전이 가능해졌다.
반면 서울 박수일은 상대 안면을 발로 가격하고도 경고만 받았던 것이 퇴장 조치로 바뀌며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계속해서 오심 논란이 불거지자 축구 팬들은 “판정이 문제인 게 이것뿐이겠나”라며 신뢰가 무너진 K리그 심판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일관되지 않은 판정에 선수들 역시 불만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최근 일부 경기에서 심판의 언행과 판정 과정이 선수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접수됨에 따라, 조만간 ‘심판 언어·행동 문화 설문조사’를 실시해 객관적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 K리그는 승부조작 및 심판 매수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만약 지금과 같은 오심이 반복돼 팬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다시 한번 의심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K리그1은 2년 연속 최소 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큰 관심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신뢰를 잃을 경우 추락 또한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심판계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오심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긴장도가 높아져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 고리를 끊어내고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축구협회가 진행하는 교육과 훈련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면과 상황을 분석하는 등 판정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심을 최소화하는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오심이 발생했을 때의 투명한 대처 방안도 필요하다.
심판의 오심 정도에 따라 출전 정지나 하위 리그 강등 조치가 가능하지만,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이 빠르게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불통, 밀실 행정과 같은 부정적 인식을 털어내는 것이 당면 과제다.
축구협회는 최근 심판 판정 리뷰 콘텐츠인 ‘VAR ON: 그 판정 다시보기’ 제작 등으로 투명성 확보를 노력 중이다.
판정에 대한 단순 설명을 넘어, 오심 이후의 상황인 심판 징계, 현황 등도 함께 공개한다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초석을 다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