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07.25. [email protected][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산업재해 근절에 방점을 둔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에도 ‘후진국형’ 사망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산업안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과징금 부과 등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의 책임을 확대하는 것보다 기존 법체계 및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경제적 제재 방식인 과징금 제도를 포함한 실효성 제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및 고용 당국의 감독 시스템 하에서도 산재사망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노동자 사망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맨홀작업 중 질식사, 폐지 투입구에 빠진 사고, 건설 기계에 끼인 사고 등 ‘후진국형’ 산재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후진국형 사고는 추락사, 끼임, 부딪힘 등을 가리킨다.
특히 일부 기업은 중대재해로 고용부의 감독을 받은 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 노동자가 숨졌다.
정부는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이 노동자 안전을 ‘비용’이라 여기며 관련 투자에 미흡하다고 본다. 또 기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처벌은 집행유예 등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엔 제재가 거세질 전망이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도 산재근절에 장관직을 걸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과징금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의 징역형, 벌금형 등 형사처벌과 함께 경제적 제재까지 강화되는 것이다. 금융 당국도 ‘대출 제한’ 등을 시사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경제적 제재 강화 방침을 반기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금융제재 등을 두고 “산재예방을 위한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방안”이라는 성명을 냈다. 동시에 기존 중대재해법의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7.29. [email protected]
반면 경영계는 지금도 기업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달 23일 ‘도급 시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며 “도급인(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 입법규정이 사망재해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의무부과와 불명확한 책임영역에 따른 현장혼란만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경총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먼저 적용된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법 시행(2022년 1월 27일) 전인 2021년 248명에서 지난해 250명까지 2명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났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뉴시스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제재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문제의 주된 원인은 제재가 적은 것이 아니라 예방 시스템”이라며 “국내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언안전보건법 등 법·정책엔 초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예측을 할 수 없거나 이행할 수 없는 규정들이 굉장히 많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원청에게 하청과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원청이 이를 이행하기 위한 (현장의) 지식과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제적 제재가 소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대재해는 대기업보다 50인 미만 소기업 또는 건설업·제조업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고액 과징금을 낼 능력도 안 되는데 대출 제한까지 생긴다면 소기업들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은 지금도 회생의 가능성이 없이 허덕이고 있는데 (경제적 제재가 가해지면)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실효성을 보장하기 쉽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주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경제적 제재 강화도 필요하지만 소극적 수사, 경영책임자 등에게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산재예방보상정책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행정조직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인 강화를 통해 정책 추진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