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클래라=AP/뉴시스] 미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자료사진. 2025.11.06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중국 정부가 국가 자금 지원을 받는 신규 데이터센터에서 외국산 인공지능(AI) 칩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고 홍콩경제일보와 거형망, 동망(東網) 등이 6일 보도했다.
매체는 복수의 관계자 소식통과 외신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외국산 대신 중국산 칩 사용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려졌다고 밝혔다.
관계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가 미중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주 사이에 건설 진척률이 30% 미만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이미 설치한 외국산 AI 칩을 전부 철거하거나 관련 구매 계획을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이 많이 진전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경우에는 당국이 개별 심사를 통해 예외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외국산 AI 칩 금지로 엔비디아, AMD,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반대로 화웨이(華為技術), 한우지(寒武紀 Cambricon), 메타엑스(MetaX), 모어스레드(Moore Threads), 쑤이위안(燧原·Enflame) 등 중국 AI 칩 제조사에는 새로운 공급 기회를 잡게 됐다.
중국 정부 입찰 자료로는 2021년 이후 중국에서 진행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총 1000억 달러(약 144조8600원) 이상 공공자금이 투입됐다.
데이터센터의 상당수가 직·간접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만큼 외국산 AI 칩 금지의 경제적 파급력은 엄청나다.
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판매를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 칩뿐 아니라 B200·H200 등 고성능 AI 칩까지 적용된다.
B200과 H200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대상이지만 일부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중국으로 반입되고 있기에 이번 지침은 사실상 ‘회색 시장(그레이 마켓)’ 유통품 단속까지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2022년 95%에 달하던 중국 내 AI 칩 시장 점유율이 현재는 사실상 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국가안보를 이유로 주요 IT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고급 AI 칩 구매 자제를 권고하고 국산 칩으로 대체하라고 유도했다.
지침은 미국이 첨단 AI 칩의 대중 수출을 제한한 데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애널리스트는 “외국산 AI 사용 금지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이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