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재명 정부 취임 후 대대적인 세법 개정을 예고한 ‘2025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시장에 쏠린 투자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 오겠다는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공약이 대거 반영됐다.
부자감세 우려로 막판까지 당내 이견이 팽팽했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결국 도입하기로 했고, 대기업이 이익금으로 투자와 임금 증가 외 ‘배당’을 늘리지 않는 것도 법인세 추가 부과 요건에 포함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개편도 추진한다.정부는 “우리 증시의 저평가를 극복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배당 증가시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 및 배당을 선호하는 주주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부자감세 우려에도 배당확대 유도 ‘몰빵’…세수확충도 명분정부는 3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 이형일 1차관은 “경제 강국 도약과 민생 안정을 지원하는 한편,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약화된 세입 기반을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경제강국 도약을 위한 세제 지원은 크게 두 가지 틀로, 미래전략산업 투자와 더불어 자본시장 활성화 전략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자본시장 활성화는 특히 증시 부양과 배당 확대로 투자 수익률을 부동산 투자 수익률보다 늘리는 게 핵심이다.이를 위해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결국 도입하기로 했다.2025 세제개편안. 기획재정부 제공고배당기업으로부터 받은 현금배당소득을,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분리하는 게 골자다. 배당소득이 분리되는 것만으로도 감세 효과가 있지만, 세율도 기존 종합소득세가 14~45%인 반면 배당소득세는 14~35%로 초과세율이 낮아지는 점도 특징이다.대신 배당 성향이 높거나 배당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기업만 이로 인한 투자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고배당기업은,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상장법인으로서 ①배당성향 40% 이상이거나, ②배당성향 25% 이상 및 직전 3년 대비 5% 이상 배당을 늘린 기업으로 정의했다.세율은 3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며, △현금배당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일 경우 14%를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원천징수하고, △3억 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 35%를 과세(종합소득 과세표준신고시 함께 신고)한다.최대 주주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자감세 우려로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국내 자본시장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리과세 적용기간은 2028년 12월 31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귀속 배당분까지다.기재부 박금철 세제실장은 적용 대상 기업 정의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이 과거 10년 평균으로 보면 26%쯤 되는 점을 감안해 (적용 대상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40% 이상의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할 수 없는 업종도 평균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배당을 늘릴 노력을 하면 혜택을 보도록 세제를 설계했다는 것이다.부자감세 우려를 낳은 최고세율 인하 배경에 대해선 “보통 배당에 의사결정하는 분들이 아무래도 주식을 많이 갖고 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시는 분들이기에 최고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큰데, 종전보다 좀 더 배당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드리려면 최소한의 세금 혜택은 있어야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자본시장 활성화로 세수 확충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도 분리과세 도입의 중요한 명분이다. 박 실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 시) 직접적인 세수 효과만 2천억이 좀 넘을 것 같다”면서 “대주주한테, 지배주주한테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걸 통해 배당이 좀 늘어나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2025 세제개편안. 기획재정부 제공수익난 기업, 투자·임금 늘리면서 배당도 올려라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환류 대상에 배당을 추가한 점도 자본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기재부 이형일 1차관은 “배당을 통한 기업 이익의 주주환원을 유도하겠다”고 이번 개편 의미를 강조했다.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란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벌어들인 소득 중 투자, 임금, 상생·협력에 지출하지 않고 유보한 소득에 대해 20%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이번 개편안에선 환류 대상 항목에 배당을 추가하기로 해, 배당 확대도 유도한 것이다.앞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도입 전 존재하던 기업환류소득세제에선 환류 항목에 배당이 포함됐다가 빠진 전례가 있다. 이에 대해 박금철 세제실장은 “당시엔 투자나 임금 증가를 조금 더 유도하자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지금 같은 경우는 당시보다 주식 투자자도 늘고 주식을 통한 자산 증식 부분에 훨씬 더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정책 취지가 배당 쪽으로 조금 더 옮겨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배당이 환류대상에 추가되면서 환류해야 하는 기업소득 비율도 상향된다. 투자포함형은 현행법상 60~80%(대통령령 70%)에서 65~85%로, 투자제외형은 10~20%(대통령령 15%)→20~40%로 오르는데, 추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박 실장은 “기업들에는 추가 과세 부담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서 배당을 어느 정도 촉진시킬 수 있는 수준인지 검토해서 시행령에서 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2025 세제개편안. 기획재정부 제공
이밖에도 BIS(국제결제은행)의 투자 소득에 비과세를 적용해 원화자산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내용이 이번 개편안에 포함됐다. BIS는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등이 예치한 자금을 주요국 예금과 RP(환매조건부채권) 및 파생상품 등 자산에 투자 중인데, 비과세 혜택으로 이들 자금 투자를 확보해 시장 유동성을 제고하고 국내 금융기관 영업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다.대학의 수익용 자산 대체취득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한다. 대학 재정이 열악해진 만큼 수익성 높은 자산으로 대체취득을 허용해 재정건전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체취득 대상에 유가증권이 추가된 점이 주목된다. 대학의 국내 상장법인 주식 투자 및 국·공채 매입의 길이 열린 것이다.아울러, 이번 개편안엔 벤처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책이 대거 포함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벤처모펀드는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다수의 벤처 자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펀드로서, 현행 제도상 출자금액의 5% 공제에 더해 출자 증가분의 3% 추가 공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추가공제율을 5%로 상향해 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벤처투자조합을 통한 벤처투자에 대해 적용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벤처투자조합이 설립한 SPC(투자목적회사)를 통한 간접투자에도 적용하기로 했다.2025 세제개편안.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