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코리 웡.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10.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래미 어워즈’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코리 웡(40·Cory Wong)은 현재 최고의 펑크(Funk) 테크니션으로 통한다.
그의 기교는 데이비드 윌리엄스, 나일 로저스, 프린스 등과 간혹 비교되기도 하지만 스타일은 고유성을 띤다. 물리적인 법칙을 거스른다는 평까지 받는 그의 젤리 같은 손목 움직임이 빚어내는 펑크의 그루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 실용음악과 기타 전공자들 사이에서 코리 윙이 새로운 교본이 된 이유다.
그런데 코리 웡의 기타 기교는 단순히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음악 안에 담긴 정경을 펼쳐낸다. 펑크의 그루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열린 태도’라는 걸 증명한다.
자연환경과 문화적 유산이 공존하는 미국 미네소타주 남동부 도시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 출신인 그의 이런 점과 공명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코리 웡이 공연기획사 프라이빗커브가 펼치는 음악 축제 ‘러브 인 서울’을 통해 첫 단독 내한공연한다. 오는 11월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SOL트래블홀에서 펼치는 공연이 단숨에 매진돼, 22일 같은 장소 공연을 추가했다.
다음은 프라이빗 커브를 통해 코리 웡과 주고 받는 일문일답.
[뉴올리언스=AP/뉴시스] 코리 웡-첫 단독 공연 소감은요. 공연이 단숨에 매진돼 1회가 추가됐어요.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하셨습니까? 작년 ‘서울재즈페스티벌 2024’로 첫 내한을 했는데, 당시 한국과 한국 관객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작년 페스티벌에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어요. 음식이 놀라울 정도로 맛있고 문화가 대단하다는 게 한국에 대한 제 첫 인상이에요. 관객 반응도 대단했고, 모두가 열광적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국에 오는 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죠. 서울에서 며칠을 보내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요.
-무엇보다 당신 기타 연주의 매력은 펑키한 그루브예요. 당시의 펑키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특히 현란한 손목 사용으로 당신의 손목뼈 건강을 걱정하는 팬들도 있는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가진 테크닉이나 오른손 테크닉을 맹신하지는 않아요. 독특한 방식인 건 알지만, 저에게는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손목을 꽤 느슨하게 두려고 해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로요. 이상해 보이고 실제로도 이상한 게 맞는데, 저한테는 자연스러워요. 소위 말하는 ‘제대로 된’ 기술을 따라도 해봤는데 전혀 맞지 않더라고요.”
-밴드 ‘볼프펙(Vulfpeck)’과 밴드 ‘피어리스 플라이어스(The Fearless Flyers)’ 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코리 웡은 2013년부터 미국의 펑크 밴드 볼프펙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16년부터 모든 앨범에 참여하며 투어 멤버로 활약했으며, 2018년부터는 밴드 피어리스 플라이어스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몽트뢰=AP/뉴시스] 코리 웡”볼프펙은 정말 특별해요. 모일 때마다 재회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일 년에 몇 번 밖에 공연하지 않는 밴드지만, 친구 사이가 먼저이고 그 다음으로 밴드인 팀이에요. 정말 재밌어요. 서로 창의적으로 자극을 주는 아주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요. 누가 가장 재미있는 농담을 하거나 가장 멋진 연주를 할지 친구들 사이에 있는 건강한 경쟁 같은 게 있죠. 모두 함께하지만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도 감동을 주고 싶어 해요. 서로 더 나아지도록 자극하는 게 정말 좋아요. 피어리스 플라이어스도 정말 독특한 그룹이에요. 올림픽 수준으로 정교한 펑크 프로젝트라서 16분음표나 싱커페이션이 많고, 제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거든요. 그 밴드에서는 제가 리더이자 조직자 역할을 해요. 그래서 모두가 기분 좋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하고, 각자의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신경 써야 하죠. 이 밴드가 특별한 이유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공연만 하고 거의 매년 앨범을 내는데, 제 작곡과 연주에서 다른 면을 요구하거든요. 그게 정말 멋져요.”
-특히 당신의 기타 연주는 간혹 베이스 리듬 연주 같기도 해요. 미국 유명 베이스 연주자인 소니 티(Sonny T.)의 영향을 받아서이기도 할까요?
“제가 기타 연주 방식이 이렇게 타악기적인 느낌을 많이 내는 건 어릴 때 들었던 음악 때문이에요. 펑크 기타 연주는 대부분 타악기적이며 슬랩 베이스 연주와도 연결되거든요. 관련해서 소니 티의 영향을 받았냐 물어봐주신 게 흥미로운데, 여러모로 영향을 받긴 했죠. 소니 티는 미니애폴리스 사운드의 원천이니까요. 제 피크를 잡는 방식도 특이하긴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크의 앞쪽 모서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잡는 반면, 저는 거의 거꾸로 잡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기타 연주를 할 때와는 다른 슬랩 베이스의 팝핑 베이스 느낌이 살짝 나요. 게다가 저는 원래 베이시스트였어요. 베이스를 정말 좋아해요. 그러니 아마도 그 영향도 있을 거예요.”
-프린스, 블레이크 밀스, 팻 메시니 영향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아요. 어떤 점이 그런가요? 그 밖에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요?
“미니애폴리스에서 자랐기 때문에 프린스는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죠. 물론 그 분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제가 연주하는 장르에서는 특히나 더 그래요. 저는 그 신(scene), 페이즐리 파크(Paisley Park)(프린스의 작업실) 안에서 자랐거든요. 저에게 멘토 역할을 해준 분들은 모두 페이즐리 파크 출신이거나 트윈 시티즈(Twin Cities)의 재즈 전설들 이에요. 그래서 재즈와 펑크, R&B의 전통을 많이 접하며 자랄 수 있었죠. 프린스, 조지 벤슨, 팻 메시니 같은 분들이 저에게 아주 큰 영향을 주셨어요.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팝 음악들도 저에게 영향을 줬고요.”
[몽트뢰=AP/뉴시스] 코리 웡-펫 메시니에 빠져 그처럼 되려고 노력했다가 그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는 인터뷰를 봤습니다. 만약 코리 윙에 빠져 코리 윙처럼 연주하려는 연주자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진심으로 예술을 추구하는 모든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장들을 연구하고,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어낸 부분을 찾아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세 단계가 중요해요. 거장들을 진심으로 연구하고, 그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아낸 다음,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본 후에 자기자신을 독특하고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를 발견해내는 거예요.”
-연습할 때 메트로놈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아요. 본 연주할 때 박자를 갖고 노는 당신의 비결 중 하나인가요?
“메트로놈과 함께 연주해보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치 표적을 향해 연습하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메트로놈과 함께 연주하는 게 라이브에서 중요하다고 느끼진 않아요. 어느 쪽이든 저한테는 전혀 상관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저는 뭐든 상관없다고 느껴요. 박자의 중심을 노리고 싶다면 메트로놈과 함께 연습하면서 박자의 중심을 노려보세요.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가끔 메트로놈과 함께 연주할 때, 저는 메트로놈보다 살짝 앞서서 연주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면 약간 기대감 같은 게 생기고, 억눌린 에너지가 느껴지거든요. 때로는 메트로놈보다 살짝 늦게 연주하면 편안한 느낌이 나기도 해요. 그래서 메트로놈과 함께 연주할 때는 단순히 박자에 맞추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 그냥 로봇 같아’ 하는 그런 거 말고요. 기계적으로 연주하면 기계적인 연주가 되겠죠. 다만 메트로놈은 그냥 기준점일 뿐이에요. 메트로놈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느낌을 마음껏 바꿀 수 있습니다. 리듬을 연주하고 라이브 공연을 할 때면 항상 박자를 조절하거나 박자에 대한 인식을 유지해보도록 해요. 강렬한 추진력을 원하면 그렇게 밀어붙이고, 정말 여유로운 느낌을 원하면 느슨하게 풀어줍니다. 메트로놈과 함께한 오랜 시간 덕분에 제 인식은 더욱 예민해질 수 있었어요.”
-보통 업계에서 기타를 연주하는데 혹은 기타는 대하는 데 있어서 간과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울=뉴시스] 코리 웡.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10.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기타를 잡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날아오르며 리드 연주를 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현실은 기타로 곡을 연주할 때 대부분의 시간이 리듬을 담당한다는 거예요. 박자를 맞추는 거죠. 음악에 기여하고 밴드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인 리듬 기타를 제대로 배우는 걸 소홀히 한다고 생각해요. 리듬 기타는 지루하다고 하죠. 단순히 C, D, E단조, G를 연주하면서 그 코드들을 강조하는 흥미로운 멜로디 같은 훅을 연주하거나, 멜로디이면서도 동시에 그 코드들을 강조하는 무언가를 연주하는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리듬을 연주하거나 지원 역할을 할 때, 창의적인 라인이나 곡을 독특하게 만드는 파트보다는 그냥 코드만 생각한다고 봐요. 그냥 코드 진행을 연주하는 것처럼 접근하죠, 곡을 연주한다는 생각보다는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인식하고, 단순히 코드 진행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 곡에 독특한 느낌을 주는 무언가를 연주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많은 기타 연주자들이 정확한 타이밍을 갖는 데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거의 클리셰 수준의 얘기인데,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악보를 읽지 못하거나 정확한 타이밍을 잡지 못합니다. 악보 읽기는 특정 장르나 특정 작업에서는 배워야 하지만, 모든 경우에 필요한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은 중요합니다. 많은 음악이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그냥 느낌이 좋지 않거나 소리가 좋지 않습니다. 타이밍 감각이 맞지 않으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마치 누군가가 곡을 커버하는 것과 원작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것의 차이처럼, 단순히 음과 리듬을 넘어서 그 느낌과 톤에 깊이 빠져들어야 해요. 그래서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입니다.”
-‘그래미 수상자’인 존 바티스트(Jon Batiste)와 협업한 ‘메디테이션스(Meditations)’를 정말 좋아해요. 이 작업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메디테이션스’ 앨범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존 바티스트와 제가 스튜디오에서 일주일하고도 절반의 시간동안 앨범 작업을 같이 했거든요. 아침에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앨범 작업을 같이 했고, 오후에는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 ‘레이트 쇼(Late Show)’ 녹화를 하러 간 적이 있어요. 존이 그 쇼의 밴드 리더였는데, 저를 특별 게스트로 초대했었거든요. 녹화를 하고 나서도 저녁 시간에 여전히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었어요. 처음 며칠은 스튜디오에서 그냥 놀고 있었는데, 그러다 문득 생각했죠. ‘다음 며칠 동안은 밴드를 불러서 음악을 좀 연주해 보자’고요. 저희는 각자 날 것의 느낌의 음성 메모를 몇 개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네이트 스미스(Nate Smith)와 샘 요웰(Sam Yowel)에게 연락해서 스튜디오에서 3일 동안 6곡 정도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했어요. 스케치가 있으니 일단 연주해보자고요. 첫째 날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30분만에 쭉 연주해 나갔어요. 연주하고 쉬고 다시 연주하고 다음 이틀을 똑같이 반복했죠. 말 그대로 30분 동안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연주했는데, 결과적으로 첫 세션에서 나온 곡들이 정말 특별하다고 느꼈어요. 다른 날 녹음한 곡도 몇 개 있었지만, 그 첫 세션이 정말 특별했어요. 저희의 본능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어떻게 흘러갈지 느껴보는 그런 순간이었거든요. 그렇게 앨범이 나오게 됐습니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바운디(Vaundy)와 일본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 2기’ 엔딩곡을 작업한 사실이 처음엔 의외였는데, 곡에 당신의 연주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업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고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저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데 이 애니메이션은 코리 윙 씨가 보시기에 어땠나요?
“바운디와 작업하는 건 정말 즐거웠어요. 연락이 와서 ‘작업 중인 트랙이 있는데 ‘스파이패밀리’ 엔딩 트랙으로 사용될 것 같아요. 관심 있으신가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 대답했고 곡을 받았어요. 곡을 받고 나니 어떻게 마무리할지, 프로덕션을 어떻게 완성할지, 뭘 추가해야 할 지 바로 알겠더라고요. 앉아서 두 시간 만에 전부 끝내 버렸죠. 저는 한번에 집중해서 바로 해치우는 그런 타입이거든요. 그랬더니 바운디 팀에서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미리 만나서 그들이 원하는 게 뭔 지, 어떤 걸 하고 싶은 지 조금 이야기했던 게 정말 도움이 됐어요. 같이 작업하기 정말 좋은 분이었고, 그 곡은 작업을 시작하기에 정말 좋은 트랙이었어요. 협업 면에서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건 제 안에서 뭔가를 이끌어내거든요. 잘 알지 못하는 장르와 아티스트들의 어떠한 부분을 알게 해주었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당신(코리 웡의 아버지는 중국인, 어머니는 아일랜드-노르웨이 사람)을 포함해 요즘 아시아계 미국인 뮤지션들의 활약이 정말 대단해요. 다양한 혼종의 문화가 오히려 고유성을 획득하는 거 같은데요. 요즘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시나요?
“그게 트렌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이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용광로 같은 곳이다 보니, 이런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거죠. 당연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어요. 그게 바로 미국에서 사는 삶의 일부니까요. 진정성의 깊이가 다른 건지는, 글쎄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거라 여겨졌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흥미롭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아일랜드-노르웨이 가문과 중국 가문이 만나는 것과 같이요. 물론 수세기 동안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