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13일 서울 시내의 한 ATM기 앞으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2025.0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권을 향한 ‘이자놀이’ 경고에 은행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가계대출 영업에 집중해 왔지만, 새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전환을 요구받으면서 더 이상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업대출과 벤처·혁신기술 투자 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829조7384억원으로 지난해 말(820조6225억원) 대비 9조1159억원(1.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734조1350억원에서 754조8348억원으로 20조6998(2.8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 중 대기업대출이 7조2581억원(4.6%)이 늘어 전체 기업대출 증가분을 채웠고,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3조3910억원(1.0%)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개인사업자대출 지난해 말 대비 1조5332억원(0.47%) 감소했다. 국내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대출 연체율 등이 급등하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초강력 가계대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내 금융기관을 향해 “손쉬운 주택 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금융권 협회장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대출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적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권 부위원장은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로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하반기 경영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시장에서의 자산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생산적인 자금 지원도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민 KB국민은행 CFO도 “기업대출 부분은 연간 6~7%대의 여신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우량 자산 위주로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소 법인의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소호 쪽은 업종과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면 건전성 관련 지표가 악화될 수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5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전월보다 0.09%p 올라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0.12%p 뛰었다. 이런 가운데 대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기업대출이나 벤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 등 건전성 규제 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RWA 가중치 하향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권 부위원장은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살펴보고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