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16.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디지털 규제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디지털 기업을 규제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EU는 미국이 실제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플랫폼법 추진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하에 한미 정상회담 등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플랫폼법과 관련해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도 당분간 일시정지 상태에 놓이게 됐다.
31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디지털 세금, 서비스 법안, 시장 규제는 모두 미국 기술에 해를 입히거나 차별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이러한 차별적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해당 국가의 수출품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고도로 보호된 우리 기술과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모든 디지털 기업에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적용하고 있는 EU는 “규제는 EU의 고유 권한”이라며 “EU와 회원국들은 우리 영토 내 경제 활동을 규제할 주권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 원칙과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위원회 부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진 발표가 아닌 의향(계획)을 밝힌 정도”라면서 “의향이 (공식) 발표로 바뀌면 (미-EU 무역 협정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신화/뉴시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위원회 부집행위원장 2024. 04. 29.
양측의 갈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지난달 관세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디지털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조항 적용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EU 측은 디지털 규제 완화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EU는 관세 합의 실패에 대비해 규제 강화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EU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의 플랫폼법 역시 입법 시기와 내용을 재검토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충돌이 통상 이슈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규제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한미 간 통상 현안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플랫폼법을 거래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으로 분리한 뒤,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EU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측은 반독점 규제를 주로 문제삼고 있는데, 거래공정화법은 플랫폼 내 입점업체,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는 법안으로 구글·애플 등 미국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배달플랫폼 등에서 문제가 불거진 수수료 문제를 다루기 위해 수수료율 상한 등 관련 규제의 경우 앱마켓까지 규제 대상에 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공정위는 수수료 문제의 경우 플랫폼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법이 아닌 외식산업진흥법 등 다른 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컸던 배달플랫폼에 규제를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5.08.14. [email protected]
입법 속도 역시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정위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 등 미국과의 통상 협상 추이를 지켜본 뒤 플랫폼법 입법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플랫폼법을 포함한 비관세장벽에 대해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아 더욱 뜸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역시 플랫폼법 추진에 대해 미국과의 무역협상 이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 후보자는 “통상 이슈가 있기 때문에 협상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상황 역시 변수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국회 예결위원회를 포함한 상임위원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국회 입법 기능이 사실상 멈춰선 만큼, 당정이 구체적인 입법 시기를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