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속도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행사를 잇달아 열고 서울시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 왜일까.
대시민 정비사업 아카데미라는 행사가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조합원 등 이해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정비사업 개념과 절차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서울시 주택 정책 목표와 노력, 주택 공급 확대 성과를 알리는 장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오는 11월까지 자치구를 순회하며 아카데미를 연이어 개최할 예정이다.
대시민 정비사업 아카데미는 전임 박원순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정책을 비판하고 오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정책 성과를 부각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박 전 시장이 재임했던 10여년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은 사실상 중단됐었고 이미 지정됐던 대상지 393곳 또한 해제되면서 시내 주택 공급 기회를 잃었다는 게 오 시장과 서울시의 생각이다. 이 같은 공급 절벽이 문재인 정부 말기 서울 아파트 값 폭등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본인이 보궐선거로 복귀한 2021년부터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했다고 강조한다. 오 시장은 2021년 신속통합기획, 2022년 모아타운·모아주택을 차례로 도입했다. 그 결과 과거 10여년간 연평균 12곳 지정됐던 정비구역이 최근 4년간 연평균 36곳 지정됐다. 현재까지 145곳, 약 20만호 규모 정비구역이 확정됐다. 주택 공급 물량이 이전 대비 3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라고 시는 설명하고 있다.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논란 후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로 비판에 직면했던 오 시장은 주택 공급으로 집값을 잡겠다며 다시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일반직과 기술직, 정무직을 가리지 않고 재개발·재건축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치적인 고려도 없지 않아 보인다. 재개발·재건축은 표밭을 갈아엎는 효과가 있다.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면 일부 원주민이 이주를 택하고 그 자리에 고소득층이나 중산층이 일반 분양을 통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자연스레 보수 성향을 띤 유권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효과는 앞선 선거에서 이미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 시절인 2020년 총선에서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면 전멸했지만 2024년 총선에서는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진 마포구와 동작구, 도봉구에서는 1석씩 챙겼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 지형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오 시장이 25개 자치구와 424개 행정동 전체에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이기며 초유의 완승을 거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를 뺏겼던 국민의힘은 성동구를 제외한 한강벨트 자치구들을 모두 탈환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텃밭인 동대문구와 도봉구까지 뺏는 성과를 냈다. 한강벨트는 고가 아파트들이 들어선 곳이고 동대문구와 도봉구는 재개발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지역 유권자 구성이 바뀐 지역이다.
이처럼 재개발·재건축과 이에 따른 고가 아파트 보유 유권자들의 증가는 지난 6월 실시된 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국에서 49.42%를 득표했지만 서울에서는 47.13%에 그쳤다. 서울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51.42 % 득표율을 안겨줬던 지역이었지만 10여년 만에 지형이 바뀐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 구속, 내란죄 재판 등 악재 속에 내년도 선거를 치러야 하는 오 시장으로서는 재개발·재건축과 이를 통한 표밭 갈아엎기를 게을리 할 이유가 없다.
자신만 당선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오 시장은 알고 있다. 여소야대가 된 서울시의회에서는 자신의 의도대로 정책을 펼 수 없음을 오 시장은 무상급식 사태 등으로 뼈저리게 체감했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서울 시내 주택 소유자들의 재산 증식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윤석열 비상계엄의 후폭풍을 극복하려는 오 시장의 구상이 성공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