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후지필름 디자인센터 제품 디자인 그룹의 이마이 마사즈미(사진 왼쪽) 수석 디자이너와 우에노 하야토 디자이너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피어선빌딩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후지필름 제공) [email protected]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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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스마트폰 시대에도 카메라는 어떻게 명맥을 이어가는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피어선빌딩에서 만난 후지필름 디자인센터 제품 디자인 그룹의 이마이 마사즈미 수석 디자이너와 우에노 하야토 디자이너에가 묻자, 아주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인간은 ‘유희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후지필름 ‘X 하프’, 와인딩 레버 되살린 이유는이마이 디자이너는 X100 등 회사의 주요 제품 디자인을 총괄한 인물이다. 1985년 미놀타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 후지필름에 몸담고 있다.
그는 “누구나 음악을 즐기지만, 악기를 연주하면서 얻는 즐거움은 또 다르다”고 말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카메라도 별도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5월 공개된 ‘X 하프’에 ‘와인딩 레버’가 부활한 것은 후지필름 디자인센터의 그런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제품은 필름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예스러운 디자인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20대 신예인 우에노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제품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사진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치 커피 한 잔을 내릴 때 원두를 볶고 골라 분쇄한 뒤 드리퍼에 붓고 끓는 물을 부어 향을 음미하며 맛을 보는 모든 과정에 즐거움이 있는 것과 같다.
사진 역시 피사체를 찾고 집중하며 카메라를 만지는 모든 과정에서 자기만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시대 유물인 와인딩 레버를 현대에 되살렸다.
이 부품은 과거 필름을 감는 역할을 했는데, X 하프에선 다음 장으로 사진을 넘기는 역할이 부여해 조작감을 살렸다.
“디지털의 편리함에 아날로그 카메라가 주는 조작의 즐거움까지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후지필름 디자인센터 제품 디자인 그룹의 이마이 마사즈미 수석 디자이너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피어선빌딩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후지필름 제공) [email protected]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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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집중했더니…디지털 세대부터 필름 세대까지 매료X 하프는 ‘사진의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 일본 현지는 물론 국내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X 하프가 출시되던 지난 5월 국내 전 직영점에 이 제품을 사기 위해 오픈런이 벌어졌다. 불과 한두 시간 만인, 당일 오전 온오프라인 모두 준비한 물량이 매진됐다.
신예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제품이 이 같은 흥행 성적을 낸 것은 후지필름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그의 아이디어는 디지털 세대인 젊은 동료부터 필름 카메라 감성을 가진 간부 모두에게 지지를 얻었다.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동료들의 평가다.
이마이 수석 디자이너는 “카메라 탄생 100년이 넘었고,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카메라가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지만 근본은 하나”라며 “피사체에 집중하고 카메라를 조작하는 건 인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이유로 최근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전 산업군으로 퍼지고 있지만 “아직 활용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간이 스스로 표현한다는 것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우에노 디자이너도 ‘X 하프’의 특징 중 하나로 사진이나 영상 사이에 새로운 관계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대에 알맞게, 세로 구도 사진과 영상을 찍는 데 안성맞춤이다.
필름 한 장에 두 장을 노출하는 방식의 ‘하프 프레임 카메라’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이런 특징 덕분에 두 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하나의 평면 위에 나란히 합칠 수 있다.
그는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라고 표현했다.
필름 카메라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젊은 층도 이런 새로운 형태의 카메라에 재미를 느낀다. 이를 SNS에 올리며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필름 카메라 감성을 중장년층은 물론 물론 디지털 세대까지 사로잡은 이유다.
[서울=뉴시스]후지필름 디자인센터 제품 디자인 그룹의 우에노 하야토 디자이너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피어선빌딩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후지필름 제공) [email protected]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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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도 ‘동반자’…카메라로 표현할 수 있는 즐거움 알리고 싶어AI 시대에 디지털카메라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다만 이마이 디자이너는 “디지털 음원이 처음 나왔을 때 모두 ‘이제 LP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CD가 사양길을 걷게 됐다”며 “인간의 반응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카메라 역시 ‘첨단 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아날로그 조작이 주는 불편함’ 사이의 어느 중간에서 균형을 잡으며 명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폰 역시 디지털 카메라의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입는 옷과 특별한 날 입고 싶은 옷이 다르듯 ‘존재 이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마이 디자이너는 “스마트폰 기술의 진보는 기대된다. 하지만 카메라로 표현할 수 있는 즐거움도 기쁘다”며 “이런 가운데 필름 카메라도 다시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에노 디자이너도 “100년 이상 카메라의 역사에서 새롭게 가져오고 싶은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다. 다음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필
▲1972년생 ▲타마 미술대학 제품디자인 전공 ▲1985년 미놀타 디자이너 역임 ▲2002년 후지필름 입사 ▲2009년~현재 수석 디자이너 역임 ▲X100, X, GFX 시리즈 디자인 총괄
▲1997년생 ▲제품디자인, 인간공학, 생리인류학 전공 ▲디자인센터 카메라 디자인 그룹 소속 ▲2022년 후지필름 입사 ▲X half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