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전재경 기자=모델 겸 배우 줄리엔 강이 지난 2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피트니스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단독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웃기고 과장된 캐릭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줄리엔 강(43)은 달랐다. 카메라를 벗어나면, ‘엔강이형’은 담백한 남자였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기온은 35도. 한 피트니스 스튜디오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줄리엔 강이 직접 문을 열고 나왔다. “날씨 덥죠. 물 드릴까요? 탄산수 괜찮으세요?” 정중하지만 꾸밈없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한 남자와의 독대(獨對)로 시작됐다.
줄리엔 강은 최근 유튜브 채널 ‘엔강이형’으로 다시 돌아왔다. 복귀 이유는 단순했다. “조회수 때문에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재미있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요.”
채널명처럼 그는 누구에게나 ‘형’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이도 있고, 이젠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팬들이 댓글에 ‘형’이라 불러주는 것도 좋다고 했다. “완전 좋아요. 너무 친근해서요.” 댓글 소통도 직접 한다. 자신을 ‘형’이라 부른 팬에게는 ‘동상’이라고 사투리 섞인 답글을 달았다. “그냥 주변 친구들이 그렇게 쓰는 거 보고 재미있어서 따라했어요. 동생 아니라 동상(웃음).”
줄리엔 강은 유튜브를 통해 긍정의 기운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다들 힘들잖아요. 그냥 재미있게, 웃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유튜브 속 자신에 대해 ‘약간 양념을 더한 버전’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유튜브에선 실제 성격에 조금 MSG 뿌리는 거예요. 카메라 돌면 누구나 액션이 좀 더 커져요.” 그러면서도 “유튜브 모습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은 아니고요”라고 덧붙였다.
그런 그가 진심을 가장 많이 드러낸 건 노동을 체험한 콘텐츠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으로는 ‘특수 청소’ 편을 꼽았다.
“정말 충격이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힘들게 사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예인으로 살다 보면 대중과 거리가 생기는데, 이런 현장에 직접 가면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기분이 들어요.”
고독사, 자살 등 삶의 흔적을 정리하는 극한의 일을 체험하며 그는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내가 직접 도와줄 순 없어도, 이런 현실이 있다는 걸 알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잖아요.”
[서울=뉴시스] 줄리엔 강이 유튜브 '엔강이 형'을 통해 특수 청소, 농사, 축사 관리 등 다양한 노동 현장을 체험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엔강이 형' 캡처) 2025.07.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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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엔 강은 노동의 현장을 체험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삶을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나중에 아내랑 논밭에서 살고 싶어요. 도시에서 오래 살아서 이제는 자연 속에 살고 싶거든요. 그럴 거면 이런 노동 경험, 스킬도 미리 배우는 게 좋죠.” 실제로 그는 호박 농사를 짓는 콘텐츠를 먼저 제작진에게 제안했다. 건설 현장, 목공, 이삿짐 일까지. 팬들이 요청한 노동 콘텐츠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연예인은 버블(bubble·거품) 안에서 살잖아요. 회사도 안 다니고, 대중교통 타는 것도 어렵고요. 근데 이런 일 해보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진짜 느껴져요. 노동은 열심히 하면 좀 더 빨리 끝나고, 바람도 불고, 사람들도 편하게 얘기하고…사무실처럼 계속 조용히 있어야 하는 곳은 저랑 안 맞아요.(웃음)”
그에게 콘텐츠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몸을 움직이는 일에서 그는 ‘자기다움’을 찾는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땐 그냥 강해지고 싶었어요. 모든 남자들 그렇잖아요.” 외적인 매력에서 시작된 운동은 점점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정신을 다잡는 일상이 되었다. “요즘 사회는 너무 편해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몸으로 도전하면, 나머지 인생 문제들이 조금은 쉬워 보여요.”
그런 생각은 그의 운동 습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줄리엔 강은 최근 운동량을 줄였지만, 매일 몸을 움직이는 루틴은 놓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도 35분 정도 운동 했어요. 예전처럼 오래 하진 않아요. 나이 들수록 회복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지금은 케틀벨, 샌드백 치기 같은 운동을 중심으로 짧고 굵게 한다.
[서울=뉴시스] 운동하는 줄리엔 강의 모습. (사진=줄리엔 강) 2025.07.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운동하는 일상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또 하나의 중심이 생겼다. 가족이다. 지난해 유튜버 제이제이(박지은)와의 결혼은 그의 삶에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이제는 제 와이프를 위해 살아야 하니까요. 길이 좀 더 명확해졌어요.”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어디서 살아야 할지 우리 맨날 고민해요. 한국 생활도 너무 좋은데, 가끔은 고향이 그리워요. 근데 캐나다 가면 또 한국이 그리울 거고요.”
프랑스인 어머니는 캐나다에 계신다. 그는 “1년에 한 번 정도 통화한다”고 했다. 한국인 아버지와는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 묻지는 않았다.
형들과의 사이는 돈독하다. 줄리엔 강은 세 형제 중 막내로, 큰형 데니스 강은 은퇴한 종합격투기 선수, 둘째 토머스 강도 로드FC에서 활동했다. 인생의 많은 순간, 그는 형들의 조언을 들었다.
“혹시 질문 있으면 형들한테 물어봐요. 가끔 형이 ‘이건 하지 마’라고 조언하는데, 그래도 그냥 한 적도 있어요.(웃음) 그냥 우리 형제는 편하게 말해요. 기분 안 상하고, 리스펙트 하면서.”
하지만 줄리엔 강이 마주한 한국 사회는, 익숙했던 가족의 울타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였다. 그는 직접 부딪치며 하나씩 배워야 했다. “2006년에 처음 한국 왔을 때는 언어도 모르고, 문화도 몰랐어요. 솔직히 그렇게 다를 줄 몰랐죠.”
그는 연예계 대선배에게 “형도 잘생겼어요”라고 말했다가 오해를 사기도 했고, 스킨십이나 예의 문제로 곤란했던 기억도 있다. “어디까지 해도 되는 건지 잘 몰랐어요. 주머니에 손 넣는 것도 안 되고, 어깨동무도 안되고, 앉는 자세도 조심해야 하고…” 그보다 더 어려웠던 건 ‘인간관계’였다. “외국은 일만 잘하면 되는데, 한국은 인간관계가 진짜 중요하더라구요.”
상처는 없었을까. 줄리엔 강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처 잘 안 받아들여요. 모든 사람하고 다 맞을 순 없잖아요. 그럼 ‘댓츠 라이프'(That’s life·사는 게 그런 거지).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서울=뉴시스] 제이제이(박지은)와 줄리엔 강 부부의 모습. (사진=줄리엔 강) 2025.07.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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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꿈은 화려하지 않았다. “아내랑 같이, 자연 있는 논밭에서 살고 싶어요.” 도시에서 오래 살아온 그에게, 평온한 삶은 더없이 큰 목표다. “멋있는 땅에 집 짓고, 아침에 새소리 들으면서 눈뜨는 거요. 그런 거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미래는 어떨까. 줄리엔 강은 “연기는 기회가 되면 계속하고 싶어요. 재미있으니까요”라면서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희생하진 않을 거예요. 제 인생에 즐거운 게 많거든요.”
“한국 처음 왔을 땐 한국말도 못했어요. 그래서 말 안 해도 되는 모델 일을 시작했고, 그러다 오디션 보면서 배우가 됐죠.”
할리우드에 대한 꿈은 없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거긴 다 버리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근데 저는 여행도 좋고, 아내랑 함께 하는 일상이 더 소중해요.”
그래서일까. 그는 삶도, 성격도 하나의 틀에 가두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줄리엔 강은 몇 년 전부터 유행인 MBTI 검사도 해본 적 없다. “어떤 성격이라고 딱 정해버리는 게 싫어요.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 생각할까. 줄리엔 강은 “내가 말하기엔 오그라든다”며 옆 사무실에 있는 아내에게 다가갔다. “나 어떤 사람이야?” 박지은은 조용히 말했다. “진실한 사람.”
줄리엔 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진실한 사람이래요. 오케이.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