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이재명 정부 조직 개편으로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지난 29일 국회가 채택한 기관증인은 236명에 달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관증인 출석 요구 현황을 보면 기후부 소관 기관장 53명과 부서장 등 159명이 이날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에 기상청장과 소속 부서장 등 24명도 국감장으로 함께 불렀다.
당연히 이 인원이 모두 국감장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주요 인사 몇몇을 제외한 증인들에게는 ‘경내 대기’ 조치가 내려진다. 쉽게 말해 국회 어딘가에서 알아서 대기하다가 부르면 오라는 것이다.
해당 기관 국회 담당자들은 진땀을 뺐다. 상급자들의 국회 출입 절차를 밟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이들이 모여서 앉아 있을 공간도 만들어야 했다. 도시락과 간식, 물도 제때 날라야 한다.
이번이 에너지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첫 국감이었기 때문에 기강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당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국감을 받아왔는데, 올해부터는 조직 개편으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감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 대관 담당자는 “적어도 회의장 안에 배석하는 증인으로 부른 것이라면 이해하겠는데 대부분 대기만 하다가 돌아간다”며 “이번이 처음이라 모두 부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너무한다 싶다”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효율적이지 않다는 건 대부분 알고 있지만,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손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진 의원실 보좌진은 “의원들의 발언 시간이 한정돼 있어서 증인들의 답변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데, 이럴거면 왜 불렀나 싶은 경우도 많다”고 했다.
피감기관의 부담을 덜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페이퍼리스(Paperless) 국감’도 꽉 막힌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피감기관은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자료를 담아 의원실에 제출하는데, 이 USB 양이 처치 곤란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책자나 인쇄물이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다. 국감이 마무리 국면인 지금 국회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있다.
한 보좌진은 “하루에 많으면 10개 이상 USB를 받기도 한다. 열어보면 한글 파일 하나만 담겨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낭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회와 국감이 더도 말고 상식적으로만 돌아갔으면 좋겠다.